세계 스포츠계가 인플루언서와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경기장 밖으로 밀어내는 대신 별도의 콘텐츠 제작 시간과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선수들도 소셜미디어를 단순한 팬 소통 수단이 아닌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면서 스포츠와 크리에이터 산업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월드 애슬레틱스 얼티밋 챔피언십(World Athletics Ultimate Championship)’을 계기로 세계육상계가 본격적으로 ‘크리에이터 시대’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세계육상연맹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경기 당일의 부담에서 벗어나 인터뷰와 SNS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별도의 행사를 마련했다. 대회 개막 하루 전인 10일 열린 ‘The Day Before’ 행사다.
경기복 대신 드레스와 화려한 정장을 입은 선수들이 레드카펫에 등장하고 인터뷰와 콘텐츠 촬영에 참여했다. 선수들이 경기 직전이나 경기장에서 무리하게 콘텐츠를 제작하지 않고 별도의 시간과 공간에서 팬들과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인플루언서 필요하지만 시간과 장소 있어야”
파리올림픽 남자 100m 금메달리스트 노아 라일스(Noah Lyles)는 스포츠에서 인플루언서의 역할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약 150만명을 보유한 라일스는 로이터에 인플루언서가 필요하지만 콘텐츠 제작에도 적절한 시간과 장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US오픈에서 발생한 촬영 논란도 언급했다. 당시 나오미 오사카와 아나스타시야 자하로바의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사진 촬영이 진행되면서 주심이 이를 제지했다. 라일스는 당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불편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만 이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육상연맹이 이번 대회에서 마련한 ‘The Day Before’가 사실상 이러한 해법을 보여준 셈이다.
라일스는 선수들이 부담 없이 콘텐츠를 만들 수 있고 다른 사람의 활동을 방해하거나 반대로 방해받지 않을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세계육상연맹의 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미국육상연맹 ‘콘텐츠 크리에이터 존’ 상시 설치
미국육상연맹(USA Track & Field·USATF)은 세계연맹보다 한발 앞섰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육상연맹은 올해 미국선수권에서 별도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존(content creator zone)’을 도입했다.
경기 후 선수 인터뷰가 진행되는 믹스트존에서 기존 언론과 독립 크리에이터 사이에 간헐적으로 마찰이 발생하자 공간을 분리했다.
이는 크리에이터를 기존 언론과 동일하게 취급하거나 경기장에서 배제하는 대신 별도의 취재·콘텐츠 제작 공간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