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틱톡 등 소셜미디어에서 조회수를 얻기 위해 외부와의 접촉을 거부하며 살아가는 원주민을 찾아가 촬영하려는 인플루언서들이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한 ‘오지 탐험’ 콘텐츠를 넘어 원주민의 생명과 자기결정권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5일(현지시간) ‘이것은 클릭을 위한 식민주의다(This is colonialism for clicks)’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원주민들을 만나고 촬영하려는 인플루언서들의 활동을 집중 조명했다.
가디언이 대표적으로 소개한 인물은 미국인 미하일로 폴랴코프(Mykhailo Polyakov)다. 그는 지난해 인도령 안다만제도의 노스센티널섬에 불법으로 들어가 센티넬족을 촬영하려 했다.
노스센티널섬은 세계에서 외부와 가장 단절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곳에 사는 센티넬족은 수렵·채집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인구와 언어 등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들은 외부인과의 접촉을 지속적으로 거부해왔다.
인도 정부는 센티넬족 보호를 위해 섬에서 5㎞ 이내로 접근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카메라·콜라·코코넛 들고 금지된 섬으로
가디언에 따르면 폴랴코프는 지난해 3월 고무보트를 이용해 노스센티널섬으로 향했다. 카메라와 함께 거울, 호루라기, 코코넛과 다이어트 콜라 등을 가지고 갔다. 센티넬족이 모습을 드러내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결국 해변에 상륙해 5~10분가량 머물면서 호루라기를 불었지만 센티넬족과 만나지는 못했다. 이후 콜라 캔을 해변 쪽으로 던지고 섬을 빠져나왔다.
폴랴코프는 당시 센티넬족의 모습을 고화질 영상으로 촬영하고 싶었다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과거 공개된 영상 대부분의 화질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을 4K 영상으로 담는 것이 자신의 중요한 동기 가운데 하나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도 당국에 적발되면서 그의 시도는 결국 형사사건으로 이어졌다. 그는 관련 법률 위반 혐의를 인정했고 25일의 징역형과 약 120파운드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미접촉 원주민’ 관련 계정 합산 팔로워 4000만명
원주민 보호단체들은 이를 한 인플루언서의 일탈로만 보지 않는다.
국제 원주민 인권단체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urvival International)은 현재 세계적으로 센티넬족처럼 자발적인 고립 상태에서 생활하는 원주민 공동체가 약 196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대부분 아마존과 파라과이·볼리비아의 그란차코 지역 등에 분포한다.
문제는 소셜미디어에서 이들을 소재로 삼는 콘텐츠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은 유튜브와 틱톡, 인스타그램에서 미접촉 원주민과 관련한 콘텐츠를 만드는 계정 10여개를 추적하고 있다. 이들 계정의 합산 팔로워는 4000만명을 넘는다.
인플루언서가 미접촉 원주민을 찾아 나서는 문제는 지난 1월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이어 지난 6월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서도 논의됐다.
미접촉 원주민 보호단체 연합인 GTI PIACI의 다니엘 아리스티사발 사무총장은 이러한 움직임이 하나의 추세가 되고 있다며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