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서 금융·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이른바 ‘핀플루언서(finfluencer)’의 투자사기가 늘고 있다.
금융전문가나 인플루언서에 대한 팔로워의 신뢰를 이용해 투자금을 끌어모으는 방식까지 등장했다.
뉴질랜드 경제매체 B2B News는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질랜드 금융시장감독청(Financial Markets Authority·FMA)이 확인한 전체 투자사기 피해 규모가 2억6500만 뉴질랜드달러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약 1억2600만 뉴질랜드달러는 피해자가 직접 송금을 승인한 유형으로 이 가운데 상당액이 핀플루언서와 연관있다고 꼬집었다.
인플루언서 믿고 투자…돈은 사라졌다
B2B News는 같은 날 보도된 뉴질랜드 매체 Stuff의 탐사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해당 보도에서는 종교적 콘텐츠를 다루는 인플루언서 채널을 통해 홍보된 비규제 투자사업에 팔로워들이 수백만달러를 투자했지만 돈이 사라진 사례가 다뤄졌다.
B2B News는 이 같은 사건을 ‘친밀성 사기(affinity fraud)’의 전형적인 형태로 분석했다.
교회나 공동체, SNS 등에서 형성된 친밀감과 신뢰가 금융상품의 적법성이나 사업자의 등록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대신하는 현상이다.
SNS에서는 이용자가 오랫동안 팔로우한 인플루언서를 낯선 금융업체보다 친숙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신뢰가 금융상품이나 투자업체에 대한 검증으로 이어질 경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몇백달러 넣으면 엄청난 수익”…뉴질랜드 금융당국 '단속 강화'
뉴질랜드 금융당국도 핀플루언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FMA는 지난 4월 17개국 규제기관이 참여한 글로벌 공동 대응에 참여해 금융 콘텐츠를 제공하는 인플루언서 14명에게 직접 연락했다.
FMA의 사만다 맥과이어 규제서비스 매니저는 온라인 금융 콘텐츠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문제로 피라미드·다단계 방식과 함께 적은 금액을 투자하면 단기간에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고급 자동차나 해외여행, 고급 주택 등 화려한 생활방식을 보여주면서 투자로 누구나 쉽게 경제적 성공을 얻을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이 문제로 지적된다.
암호화폐와 외환거래 역시 핀플루언서 콘텐츠에서 쉽고 안전한 투자처럼 소개되는 경우가 있지만 실제로는 해당 플랫폼이 규제를 받지 않는 사업자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WhatsApp·Viber로 투자자 모집…진화하는 사기 수법
투자자를 유인하는 방식도 다양한 SNS로 확장하고 있다. FMA는 BG Wealth와 DSJ EX 등 사기성 투자 플랫폼을 경고하면서 이들과 관련된 웹사이트가 813개에 달한다고 파악했다.
일부 업체는 WhatsApp과 Viber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하면서 최대 100%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식의 주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피해자가 자신의 판단으로 직접 돈을 보내는 경우다. FMA가 파악한 2억6500만 뉴질랜드달러의 피해액 가운데 약 1억2600만달러가 이른바 ‘승인된 지급(authorised payments)’에 해당했다.
계좌가 해킹돼 돈이 빠져나가는 방식과 달리 피해자가 사기범의 설명을 믿고 직접 송금하기 때문에 피해금을 돌려받기가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AI가 금융전문가 딥페이크, 새로운 사기 수법
AI 딥페이크도 투자사기의 새로운 수단으로 등장했다. FMA는 신뢰도가 높은 금융전문가나 유명인의 얼굴과 목소리를 AI로 복제한 뒤 실제 인물이 특정 금융상품이나 투자 플랫폼을 추천하는 것처럼 꾸미는 사례를 경고하고 있다.
투자자는 평소 알고 있던 인물이 영상에 직접 등장해 투자상품을 설명하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AI로 만들어진 가짜 영상일 수 있다.
과거에는 금융 콘텐츠를 제작하는 인플루언서가 적절한 자격을 갖췄는지, 돈을 받고 특정 상품을 홍보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주요 문제였다면 이제는 영상 속 금융 인플루언서가 실제 사람인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