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가 크리에이터를 바라보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 단순히 조회수를 사고 노출을 확보하는 ‘광고 매체’가 아니라 브랜드와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관계를 축적하는 ‘파트너’로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특히 인플루언서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메가 인플루언서 한 명에게 예산을 집중할 것인가, 나노 인플루언서 여러 명에게 나눌 것인가’라는 선택보다 더 중요한 것은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사이의 신뢰와 진정성, 지속 가능한 협업 구조라는 지적이 나왔다.
27일 올해로 11년 차를 맞은 CMS(Content Marketing Summit Seoul)에서 열린 ‘크리에이터, 매체에서 파트너로: 양극화 시대의 브랜드 투자 전략’ 세션에는 주성균 사단법인 글로벌인플루언서협회(GINCON, 진콘) 대표(아래 주성균), 차병곤 샌드박스네트워크 대표이사(아래 차병곤), 이하영 Spotify Korea PR & Communications Lead(아래 이하영)가 연사로 나섰다.
이들은 각각 브랜드 예산을 직접 집행하는 광고주이자 인플루언서 협회 대표,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플랫폼 경영자, 글로벌 음악 플랫폼의 커뮤니케이션 책임자라는 서로 다른 위치에서 크리에이터 시장의 변화를 짚었다.
주성균은 강연을 시작하며 “내년 인플루언서 예산을 짜면서 메가 인플루언서 한 명에게 몰아줄지, 나노 인플루언서 여러 명에게 나눌지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며 “오늘 저희 세 사람은 그 질문 자체가 틀렸다고 말씀드려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메가냐 나노냐”…시장 양극화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주성균은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브랜드의 실패 사례부터 꺼냈다. 그는 과거 좋은 성과를 냈던 인플루언서와 다시 협업했지만 두 번째 캠페인에서는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콘텐츠의 조회수는 약 1만7000회를 기록했지만 댓글은 4개에 그쳤다. 주 대표는 “그중 하나는 제가 쓴 댓글이었다”고 말하며 당시를 돌아봤다. 매출 역시 기대했던 변화가 없었다.
문제는 인플루언서의 규모나 역량이 아니었다. 첫 번째 협업 당시 해당 인플루언서는 실제로 주 대표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었고 먼저 브랜드에 협업을 제안했다. 제품에 대한 현재의 경험이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었다.
반면 두 번째 협업 당시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주성균은 “두 번째 때는 아이가 이미 다 큰 상태였고 더 이상 저희 제품을 쓰지 않고 있었다”며 “다시 광고를 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약간 거부감도 있었지만, 누구보다 제품을 잘 알고 있고 이전에 성공 사례도 있으니까 다시 하면 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이 잘못한 것이 아니라 제 판단이 틀렸다”고 회고했다. 같은 사람을 두 번 활용했지만 첫 번째는 ‘현재의 경험’을 이야기했고, 두 번째는 ‘과거의 기억’을 활용했다고 한다.
주성균은 “50초짜리 숏폼 안에서 그 빈자리를 덮어줄 이야기가 없었다”며 “결국 진심이 빠진 콘텐츠는 그냥 광고가 된다”고 말했다.
최근 주 대표는 팔로워 수보다 먼저 확인하는 질문이 “이분이 지금 정말 우리 제품을 쓰고 있는가. 이 제품을 필요로 하고 있는가”라고 한다.
주성균은 “오래가는 크리에이터는 결국 신뢰가 쌓인 사람”이라며 “문제는 신뢰라는 것은 살 수가 없다는 것이다. 쌓아야 하고 그래서 시간이 걸린다”고 강조했다.
“크리에이터 수익원 다각화…양극화도 더 강해져”
차병곤은 시장의 양극화를 크리에이터의 ‘수익 구조 변화’에서 설명했다.
그는 최근 크리에이터들의 수익원이 빠르게 다각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브랜디드 콘텐츠뿐 아니라 라이선싱, 공동구매, 라이브커머스, 어필리에이트 사업, 자체 브랜드 등으로 수익원이 넓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차병곤은 “브랜디드 콘텐츠 수익원이 1위가 아닌 크리에이터들도 생기기 시작했다”며 “최근에는 라이선싱부터 공동구매, 라이브커머스, 어필리에이트 사업, 자체 브랜드까지 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수익원 다각화가 모든 크리에이터에게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차병곤은 “이런 수익원의 다각화가 주로 메가 크리에이터 쪽에서 나타난다”며 “이미 유명하고 영향력이 있는 분들은 여러 수익원이 만들어지면서 다시 수익 기반이 강화된다”고 설명했다.
브랜드 입장에서도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영향력 있는 대형 크리에이터는 이미 일정이 차 있어 섭외 자체가 쉽지 않고, 반대로 나노 크리에이터는 대량 운영을 통해 어느 정도 시스템화할 수 있다. 그 중간 영역은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한다.
차병곤은 “내부 의사결정자에게 왜 이 채널을 써야 하는지 설명해야 하는데 단가가 아주 싼 것도 아니고 아주 비싼 것도 아니다”며 “기대 성과가 어디에 있는지 설명할 합의된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차병곤은 크리에이터의 유형 자체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1년 안에도 롱폼 비디오에서 릴스와 쇼츠, 라이브커머스까지 유형이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며 “요즘은 어디까지가 인플루언서이고 어디까지가 크리에이터인지 범주가 헷갈릴 정도로 시장 수요와 채널이 다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회수 100만보다 20만이 나을 수도”…재현성과 유지율
차병곤은 크리에이터를 선택하기 전에 브랜드와 업계가 ‘성과’를 무엇으로 볼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병곤은 “최근 2~3주 동안 있었던 미팅만 봐도 브랜드마다 기준이 굉장히 다르다”며 “단순히 도달 규모와 범위를 보는 분도 있고, 시청 지속률이나 조회수, 검색량, 매출, 이익을 보는 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각의 목적에 따라 기준이 다를 수는 있지만 브랜드와 대행사, 크리에이터, 저희까지 서로 다른 것을 보고 성공한 캠페인과 실패한 캠페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차병곤은 샌드박스가 중요하게 보는 지표로 ‘재현성과 유지율’을 꼽았다.
그는 “콘텐츠가 어느 날에는 100만~200만 조회수가 나왔다가 다른 날에는 1만도 안 나오는 채널이 있는 반면, 100만 뷰를 찍은 적은 없어도 평균적으로 20만~30만 뷰가 꾸준히 나오는 채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100만 뷰인데 좋아요가 3000개인 콘텐츠와 20만 뷰인데 좋아요가 2만 개인 콘텐츠가 있다면 어느 쪽이 실제 고객 커뮤니케이션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낼지 봐야 한다”며 “저희는 거대한 조회수보다 꾸준하게 유지되는 인게이지먼트 수준을 중요하게 본다”고 설명했다.
차병곤은 콘텐츠 게시 직후의 조회수만으로 성과를 판단하는 방식에도 선을 그었다.
그는 “게재 이후 7일, 10일, 15일, 30일을 놓고 검색량이 어떻게 변했는지, 구매 전환 캠페인이었다면 매출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본다”며 “게재 직후 조회수만 보면 웬만한 숏폼 캠페인은 다 실패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게재 이후 조회수보다 실제 퍼포먼스로 어떻게 연결됐는지를 보려고 한다”고 밝혔다.
브랜드가 가진 데이터와 크리에이터 측 데이터를 함께 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차병곤은 “트래킹 데이터나 실제 데이터를 함께 볼 수 있는 브랜드와 일하면 저희도 굉장히 신이 난다”며 “개선할 수 있는 지점이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장점유율, 경쟁 강도, 계절성 등 여러 변수가 작동할 수 있는데 저희가 그런 데이터를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캠페인을 진행하면 제공할 수 있는 가치에도 한계가 있다”며 “효과적인 모델을 만들려면 브랜드와 같이 데이터를 보면서 집행하고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노·마이크로·매크로로 나누지 않는다...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
이하영은 “우리(Spotify)는 나노, 마이크로, 매크로로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크리에이터를 팔로워 규모만으로 구분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하영은 “실제로 스포티파이에서는 ‘Spotify VIP’라는 자체 네트워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단순히 팔로워 수나 조회수가 높은 분들을 모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실제 영향력을 가지고 계신 분들을 섭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하영은 식음료와 패션, 댄스, 음악 등 다양한 문화 영역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예로 들었다. 이어 “조회수 같은 수치적인 요소에 집중한다기보다 얼마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지, 또 그분의 목소리를 빌려 스포티파이의 이야기를 대신해 줄 수 있는지를 중심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하영은 Spotify VIP를 브랜드와 크리에이터가 서로의 영향력을 확장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크리에이터의 목소리를 빌려 그가 소통하고 있는 커뮤니티에 스포티파이라는 브랜드를 알리고, 역으로 그분도 스포티파이의 이름을 빌려 새로운 분들에게 자신의 브랜드를 알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협업 사례로는 ‘Spotify House Seoul’을 소개했다. 이하영은 “Spotify VIP 프로그램으로 인연을 맺은 굿모닝타운이라는 아티스트에게 행사 이미지를 바탕으로 작품 제작을 부탁드렸다”며 “그 작품을 스티커로 제작해 행사장에 포토월 형태로 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행사에 오신 분들에게 굿모닝타운이라는 작가를 새롭게 노출할 수 있었고 우리는 재미있는 요소를 행사장에 녹일 수 있었다”며 “좋은 의미의 시너지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하영은 스포티파이가 크리에이터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으로 ‘Authenticity(진정성)’을 꼽았다.
그는 “실제로 크리에이터의 채널에 들어가 그분이 좋아하는 음악은 어떤 것인지, 어떤 문화를 소비하고 있는지, 자신을 팔로우하는 커뮤니티와 어떤 내용으로 소통하고 있는지를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너무 많은 브랜드와 동시다발적으로 콘텐츠를 진행하는 분들은 조금 지양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하영은 “그렇게 되면 스포티파이를 홍보하는 콘텐츠 역시 너무 광고성으로 보일 수 있다”며 “그보다는 그 사람이 스포티파이 안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성균은 차 대표와 이 리드의 설명이 결국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고 해석했다.
주성균은 “차 대표님은 크리에이터의 말과 브랜드가 일치되는지를 데이터로 보는 것 같고, 이 매니저님은 너무 많은 브랜드를 광고하면 콘텐츠가 광고성으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본다”며 “어떻게 보면 숫자로 본 진정성과 문화로 본 진정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편, 광고 '매체'에서 브랜드 '파트너'로…"신뢰는 돈으로 살 수 없다" 기사로 이어진다. https://www.ginco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9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