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낮은 비용으로 대량 생산한 콘텐츠에 대해 미국 광고업계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는 창작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이 모이고 있다.
미국광고주협회(ANA)는 12일(현지시간) 열린 ‘크리에이터·인플루언서 마케팅 및 미디어 위원회’에서 ‘AI Slop: The Next Hidden Quality Threat in Programmatic Media’를 주제로 회원 토론을 진행했다.
‘AI 슬롭(AI Slop, AI가 생성한 오물)’은 생성형 AI를 이용해 수익화를 목적으로 낮은 품질의 콘텐츠를 대량 생산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ANA는 이를 “수익화를 위해 만들어진 저가치·대량생산 AI 생성 콘텐츠”로 규정했다.
이번 토론의 단초가 된 ANA의 ‘프로그래매틱 투명성 벤치마크’ 관련 분석에 따르면 AI 슬롭은 이미 광고시장에서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ANA와 디지털 광고 신뢰성 평가단체 TAG TrustNet, 광고기술업체 Fiducia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AI 슬롭 콘텐츠에 집행된 광고비는 오픈웹 프로그래매틱 광고비의 "1.3~2.4%"로 추산됐다.
문제는 기존 광고 성과지표만으로 AI 슬롭을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AI 슬롭 콘텐츠의 무효 트래픽(IVT, Invalid Traffic) 비율은 0.05%로 일반적인 광고 인벤토리의 0.32%보다 낮았고 광고가 실제 이용자 화면에 노출됐는지를 측정하는 뷰어빌리티는 AI 슬롭이 77.2%로 일반 인벤토리의 74.9%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측정 가능성을 반영한 평가에서는 AI 슬롭 광고 인벤토리의 70% 이상이 ‘프리미엄’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콘텐츠 품질은 낮더라도 기존 광고 시스템에서는 상대적으로 양질의 광고 공간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의미다.
AI를 이용한 콘텐츠 생산망도 이미 확인되고 있다. 광고 검증업체 DoubleVerify는 지난 3월 ‘AutoBait’라고 이름 붙인 200개 이상의 사이트 네트워크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각각 별도의 라이프스타일 사이트처럼 보였지만 동일한 AI 생성 기사와 이미지를 사용하고 있었으며, 이용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보다 광고 노출을 확대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분석됐다. DoubleVerify는 이 네트워크에서 발생한 광고 노출이 수천만 건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광고주들의 경계도 높아지고 있다. 광고 검증업체 Integral Ad Science(IAS)가 공개한 조사에서는 광고주의 75%가 저품질 AI 생성 콘텐츠 옆에 자사 광고가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소비자 역시 AI 생성 콘텐츠에 크게 의존하는 사이트에 광고하는 브랜드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AI 슬롭의 확대는 인플루언서·크리에이터 시장에서도 콘텐츠의 양보다 출처와 품질을 평가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ANA도 올해 1분기 프로그래매틱 광고시장 분석에서 광고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단순한 가격보다 콘텐츠와 광고 공급망의 ‘품질’을 강조했다. ANA는 AI 슬롭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새로운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