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루언서라는 말은 익숙해졌지만, 그 일을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았다.
레드불 코리아와 앱솔루트 등 브랜드 경험 프로젝트를 오래 해온 주성균 대표는 최근 사단법인 글로벌인플루언서협회(이하 진콘)을 통해 인플루언서 생태계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진콘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을 지원하는 협회로 어워즈와 네트워킹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군이자 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장면들을 만들어왔다.
2026년 새롭게 대표로 선임된 주성균 대표 역시 단순히 영향력을 키우는 방식보다, 인플루언서들이 자기 방향을 잃지 않고 오래 활동할 수 있는 환경과 연결 구조에 더 주목하고 있다.
Q. 진콘 대표를 맡게 되면서 가장 우선순위로 뒀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기존 협회들이 해오던 방식과는 조금 다른 방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인플루언서라는 시장은 이미 굉장히 커졌는데, 정작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구조나 시스템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꼈거든요. 예를 들면 인플루언서들은 대부분 혼자 일하잖아요.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결국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서로 연결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았어요.
그러다 보니까 단순히 영향력을 키우는 걸 넘어서, 이 일을 어떻게 오래 지속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자연스럽게 생겼던 것 같아요. 그래서 진콘도 단순히 이름만 있는 협회보다는 실제로 이 시장 안에서 필요한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요. 광고를 연결하는 역할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자기 방향을 잃지 않고 오래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거라고 느꼈거든요.
Q. 진콘이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게 만들어온 장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아무래도 어워즈였던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이 아직도 애매하게 소비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영향력은 분명히 있는데, 직업적으로는 가볍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고요. 그래서 누군가는 이들의 영향력과 전문성을 조금 더 공식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어워즈도 단순히 상을 주는 자리라기보다, ‘인정받는 경험’에 가까웠던 것 같아요. 실제로 상을 받으러 오는 분들도 굉장히 의미 있게 받아들이셨고요. 그런 순간들을 보면서, 이 시장에도 이런 경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실제로 2025년 연말에 개최한 어워즈에는 250명 넘는 인플루언서들이 참석하면서 국회도서관 전체 공간을 사용할 정도였거든요. 저는 그 모습 자체가 진콘이 인플루언서라는 존재를 하나의 산업과 직업군으로 보여주는 역할을 조금씩 만들어가고 있다는 느낌으로 남았어요.
Q. 결국 인플루언서를 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소개하고 싶어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그런 의미에서 어워즈 트로피도 새롭게 리뉴얼했어요. 예쁜 형태를 만드는 것보다, 인플루언서라는 존재를 어떻게 잘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더 컸거든요. 그때 떠올린 사람이 쿨레인(coolrain) 작가님이에요. NBA·나이키 등과 협업하며 아트 토이와 피규어 작업을 이어온 작가님의 우주인 시리즈를 굉장히 인상 깊게 봐왔는데, 그 모습이 인플루언서와 닮아 있다고 느꼈거든요.
우주인은 결국 아무도 가보지 않은 세계를 먼저 탐험하는 존재잖아요. 인플루언서도각자 자기 방식으로 새로운 영역과 문화를 만들고, 이전에는 없던 흐름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유명한 사람들로 보여주기보다, 이들이 가진 전문성과 방향성을 어떻게 더 잘 보여줄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그런 형태의 트로피가 나오게 된 것 같아요.
Q. 이전에 레드불이나 앱솔루트 같은 브랜드 경험 프로젝트를 오래 해오셨잖아요. 지금의 시선에도 영향을 준 부분이 있을까요?
그럼요.
레드불에 거의 7년 정도 있었는데, 그때 단순히 광고를 많이 하는 방식보다는 사람들이 브랜드를 어떻게 경험하게 되는지를 더 오래 봤거든요. 특히 레드불은 진정성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는 브랜드였어요. 사람들에게 불편하지 않은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걸 중요하게 생각했고요.
앱솔루트 홈 프로젝트도 비슷했어요.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앱솔루트의 포지셔닝 변화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공간을 실제 집처럼 구성했어요. 당시에는 사람들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이 결국 집이었잖아요. 앱솔루트도 바(bar)에서 마시는 술보다, 집에서 친구들과 음악을 듣고 칵테일을 만들어 마시는 브랜드로 경험되길 바란거죠. 거실처럼 꾸민 공간에서 쉬거나, 캠핑 무드의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술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죠. 또 실제로 앱솔루트 병을 조명처럼 두거나 오브제로 소비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그런 문화 자체를 공간 안에 담아보려고 직접 나만의 조명 오브제를 만들거나 아티스트와 협업한 보틀을 소개하기도 했어요.
그때 다시 한번 느낀 건 브랜드는 제품보다도, 사람들이 어떤 장면으로 기억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는 점이었어요. 그 이후로 체험형 팝업이라는 표현도 정말 많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고요.
Q. 그런 경험들이 지금 인플루언서를 바라보는 방식과도 연결되는 것 같아요.
인플루언서도 결국 사람들의 시간을 머물게 하는 사람이잖아요. 누군가는 정보를 얻고, 누군가는 취향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그 사람의 콘텐츠를 보면서 쉬기도 하고요.
인플루언서를 단순히 광고 채널처럼만 보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각자가 가진 매력과 방향성으로 사람들의 일상 안에 들어가는 작은 미디어에 더 가깝다고 느껴요. 그래서 가능하면 무엇이든 편견 없이 보려고 하는 편인 것 같아요. 채널 하나를 보더라도 분야를 나눠서 보기보다, '요즘 사람들은 왜 이런 콘텐츠를 좋아하는지, 왜 시간을 쓰는지'를 계속 보게 되더라고요. 흐름은 생각보다 되게 작은 취향이나 감각에서 시작되는 경우도 많아서요.
Q. 대표님이 이야기하는 브랜드나 인플루언서에는 공통적으로 ‘사람 자체의 힘’ 같은 게 느껴졌어요.
결국 오래 남는 건 사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그 매력을 단순히 화려함이라고 생각하진 않고요. 오히려 자기 자신을 얼마나 객관적으로 보고 있는지,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알고 있는 상태에 더 가까운 것 같거든요. 그래서 메타인지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자기 방향을 알고 있는 사람은 결국 오래 가더라고요. 브랜드도 그렇고요.
Q. 그래서 진콘 역시 정답을 제시하는 방식보다는, 각자의 방향을 찾도록 돕는 쪽에 가까워 보였어요.
맞아요. 저는 사람마다 방식이 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인플루언서가 100명이 있으면, 결국 100가지 방식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누군가는 말을 정말 잘하고, 누군가는 취향 자체가 매력일 수도 있고, 누군가는 그냥 그 사람의 분위기나 태도를 사람들이 좋아하는 걸 수도 있고요. 근데 지금은 너무 비슷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갑자기 어떤 포맷이 뜨면 다 비슷하게 따라간다거나, 비슷한 말투나 비슷한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어떻게 더 유명해질 수 있는가’보다, ‘이 사람은 어떤 방식일 때 가장 자기다워지는가’를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결국 오래 가는 사람들은 자기만의 속도와 방식을 가진 사람들이더라고요.
Q. 최근에는 I-Day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잖아요. 결국 ‘연결’에 대한 고민처럼 느껴졌어요.
맞아요. 사실 그 고민의 연장선에 가까워요.
인플루언서들은 대부분 혼자 일하잖아요. 그런데 활동을 오래 하다 보면 생각보다 현실적인 고민들도 되게 많아져요. 브랜딩이나 콘텐츠 방향성 같은 것도 그렇고, 법률이나 세무처럼 혼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도 있고요. 근데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나눌 수 있는 구조는 또 많지 않은 것 같더라고요.
I-Day도 단순한 네트워킹보다는, 서로의 경험과 고민을 연결하는 시간에 더 가까워요. 진콘과 함께 영향력을 확장하고 싶은 사람들,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인플루언서들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싶었어요. 결국 오래 활동하려면 혼자만의 힘으로 버티는 데는 한계가 있잖아요.
앞으로는 ‘얼마나 유명한가’보다,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는가도 점점 중요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인터뷰를 하다 보니, ‘속도’보다 ‘지속’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진콘은 트레이너보다 페이스메이커에 가까운 존재가 되고 싶거든요.
트레이너는 방향을 알려주고 끌고 가는 느낌이라면, 페이스메이커는 옆에서 속도를 맞춰주는 사람에 가깝잖아요. 누군가 대신 뛰는 게 아니라, 자기 속도로 오래 갈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요.
요즘은 특히 오래 활동하는 것 자체가 더 중요해진 것 같아요. 단순히 빨리 주목받는 것보다, 자기 방향을 잃지 않고 지속하는 사람들이 더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진콘도 누군가를 앞에서 끌고 가기보다, 사람들이 자기 방식대로 오래 갈 수 있도록 옆에서 속도를 맞춰주는 역할에 더 가까워지고 싶어요.
Q. 앞으로 진콘이 만들고 싶은 변화는 무엇인가요?
인플루언서가 조금 더 오래 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싶어요.
각자가 가진 전문성과 방향성을 더 잘 보여줄 수 있는 기준도 필요하고, 서로 연결될 수 있는 구조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단순히 영향력이나 숫자가 중심이었다면, 앞으로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활동하는지,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는지가 더 중요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진콘도 그런 흐름 안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계속 고민하게 될 것 같아요.
INSIGHT AFTER THE INTERVIEW
인플루언서가 100명이면, 영향력을 만드는 방식도 100가지여야 한다
같은 포맷과 말투를 반복하는 시장 안에서도 오래 남는 사람들은 결국 자기만의 방식과 방향성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누군가는 말을 잘하고, 누군가는 취향 자체가 매력이 된다. 영향력 역시 점점 더 ‘얼마나 많이 보이는가’보다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는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트레이너보다 페이스메이커가 필요한 시대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식보다 자기 속도로 오래 활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 조회수와 바이럴 중심 구조 안에서도 결국 오래 활동하는 사람들은 자기 리듬을 가진 경우가 많았다. ‘지속 가능성’이라는 단어 역시 자연스럽게 반복됐다.
인정받는 경험이 하나의 산업을 만든다
영향력이 있어도 그것이 공식적인 전문성으로 이어지는 건 또 다른 문제다. 어워즈와 트로피를 오래 고민한 이유 역시 여기에 있었다. 인플루언서 산업 역시 단순한 화제성보다 하나의 직업군과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기 위한 과정을 지나고 있다.
*주성균 대표는 레드불 코리아, 앱솔루트 등 브랜드 경험 프로젝트를 진행해온 콘텐츠·브랜드 전문가다. 현재 진콘 대표로 활동하며, 인플루언서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 연결 구조를 고민하고 있다.
